그저 나예요 2021. 3. 12. 01:13

20210312

목이 마르지 않음에도 혓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식도가 타들어 가는 듯한 갈증이 느껴진다.

물을 먹으려 시도 때도 없이 습기를 흡수하는 하마처럼, 한 방울이라도 더 머금으려 가시를 뻗는 선인장처럼, 입안으로 수분을 밀어 넣는다.

 

갈증의 시작은 목마름이 아닐 텐데, 물에 화풀이라도 하려나 보다.

답답함에서 오는 갈증은 하루에 몇 번이고 나를 찾는다. 가슴 한편의 퍽퍽함과 무지근함은 피곤과 고단을 데려 온다.

이런 노곤함이 이끈 낮잠은 당연한 듯 두통을 주고 가는 저의를 궁금해하며, 힘을 내보고자 힘겹게 몸을 움직인다.

 

이것저것 하며 수많은 생각들을 쫓아내려 해도 둥지를 지었는지, 똬리를 틀었는지, 도무지 나갈 기색을 않는다.

어쩌면 그냥 내가 골칫거리의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되뇌어 봐도 무겁게 짓눌린 마음과 사념으로 꽉 찬 머릿속의 실타래는 엉키고 꼬여만 간다.

결국 꼬리잡기하듯 빙글빙글 돌고 돌던 잡념들이 징글징글하게 커져버린다.

 

해결하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것은 내가 아닌데, 그건 나의 방식이 아닌데, 그래야만 하는 걸까.

답이 없는 일에 이유를 만드는 것일까. 쓸데없는 데 정신을 쏟고 있는 걸까.

 

미해결은 답답함을 낳고, 답답함은 갈증을 일으킨다.

나를 지켜야 하는데, 나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닐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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