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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길어져 프리뷰가 되버린 책 달과 6펜스 리뷰

그저 나예요 2021. 4. 20. 01:04

달과 6펜스를 다시 읽는 초반에는 큰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예전의 사고방식이 확연히 드러나는 내용에 약간 거북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불편감도 잠시,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어, 줄어드는 페이지가 아쉬울 만큼 몰입하였다.
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두 번째임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과 6펜스를 즐겼다. 

책의 막바지쯤에 이르렀을 즈음, 불현듯 오르세 미술관에 관한 일화가 떠올랐다.
우연찮게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 관람을 세 번 하였는데, 매번 나의 심금을 울렸던 작가가 달랐다.

처음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색과 표현법에 매료되어, 고흐 작품이 있는 전시실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는지 헤아릴 수가 없다.
두 번째는 툴루즈 로트렉의 화장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아마 그 연유는 여성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삶의 고단함과 노곤함 등의 정서에, 내 현실의 힘겨움이 감응하여 순간적으로 나를 덮쳐서였을 것이다. 툴루즈의 기구한 인생이 준 특유의 어두운 선과 색의 조합에,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감성이, 그날의 나에게 잊지 못할 위안을 주어 한참 그림 앞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오르세를 방문했을 때, 폴 고갱이 나의 눈과 가슴을 확 잡아끌었다. 강렬한 색채와 거침없는 붓 터치가 나의 마음을 일렁이게 했는데, 정열, 열정, 분노, 뜨거움, 차분함, 한가로움, 생명력, 죽음, 고요 등 상반되는 감정들이 마구 뒤섞여 솟아났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기분을 안겨준 작가가 고갱이었다.

이 기억이 달과 6펜스를 서점에서 발견한 순간이 아닌, 마지막에서야 수면 위에 나타났는지 당최 모르겠다만, 어쩌면 나에게 색다른 경험을 주기 위함이진 않았을까.
이 추억이 상기되며, 동시에 책의 내용이 한데 어우러져, 내용 전체가 나의 뇌리에 영상화되는 신기한 광경을 영화처럼 감상할 수 있었다.

 


달과 6펜스를 읽으며, 들었던 감상은 어쩌면 책과는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고갱이라는 사람이자 예술가와 그의 그림에 관심이 기울었기 때문이다.
내가 고갱에 관련해 느꼈던 바는 이렇다.

만약 고갱의 삶이 실제로 책과 같았다면, 한 사람으로서는 참 험난한 인생이었지만, 예술가로서 고갱만의 작품이 탄생할 만한 예술가다운(?) 삶이었구나 싶다. 
더불어 그에겐 미안하지만, 이 이야기가 실제라면, 괴팍함, 고집스러움, 기괴함처럼, 예술가 하면 연상되는 편견이라면 편견인 단어들이 그와 잘 어울리고, 그를 더욱 예술가답게 빚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 사람들에겐 비난받을지언정, 매력 넘치는 작품을 만든 예술가다웠다고 해야 할까.

비록 소설이지만, 작품과 엮어서 상상하니, 보다 깊이 그림에 빠져들어 동할 수 있었다.
‘아, 고갱이 이런 배경을 갖고 있어서, 자신만의 색감과 화법이 탄생했을 수 있겠구나.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그림을 그려야만 하는 천명이 이거였구나.’

달과 6펜스는 나에게 실제로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떤 방식으로 영감을 받고 작품을 창조한 것일까 등 고갱에 대한 많은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사설이 길었다.
책 내용 리뷰는 다음 포스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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