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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의 발랄하고 엉뚱한 문화와 문학에 대한 사색

[책 리뷰] 나는 어린이인걸까, 어른인걸까, 어린왕자

by 그저 나예요 2021. 4. 12.

새 책을 계속 사는 것도 부담스럽고 그날따라 중고 서점이 동선에 있어 들리게 된 서점.
이 책, 저 책 둘러보며 책을 고르는 중 친구가 어린 왕자는 어떠냐며 추천했다.
이미 손에 들고 있는 책들이 무거워, 당기는 한 권도 차마 사지 못하는 상황에 어린 왕자라니!
손사래를 치며, 다음으로 미루었는데, 참 타이밍이란 신기하다.
못 산 책 때문에 다시 찾은 서점에서 어린왕자가 왜 그리 밟히던지, 결국 가방에 짊어지고 낑낑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어른을 위한 동화, 어린왕자.
동화인 걸까, 현실인 걸까?
참 많은 구절이 나의 마음을 건드려 햇빛이 쨍하고 내리쬐는 잔잔한 호수의 물결도 만들고, 겨울 거세게 존재를 드러내는 동해 바다의 파도도 치게 하더라.

 

세대, 시대, 나라, 인종, 세월을 관통하는 감성을 담은 어린왕자.

많아진 시간에 생각이 부쩍 늘고, 역할과 생활, 상황의 변화가 나의 삶을 흔들면서 동시에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시기.
나에게 와닿은 구절들을 몇 번이고 아껴 읽으며, 떠오른 감정에 대해 꺼내놓는다, 살포시.

 

모든 게 소용없지만, 당신을 좋아하고, 다 내 잘못이지만, 당신도 어리석었다.
결국 나의 잘못과 당신의 어리석음은 섞여 있고, 나는 당신이 좋으니 어쩌면 일부분은 가치가 있음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외로움은 그런 것 같다. 사람들과 함께 있든, 혼자 있든, 부지불식간에 찾아들어 어떻게도 손쓰기 어려운 것.
혼자여서 오는 쓸쓸함은 누군가와 어울린다고 하더라도 정박지에서조차 뭍으로 끌어 올려지지 않는 닻 같은 것.
무리 속에서 급작스레 홀로 뚱 떨어져 버려, 관객이 참여하는 연극을 보듯, 그 자리에 있게 되는 고립감.

 

‘길들이다’ 보다는 ‘익숙하다’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길들임은 뭔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육된다는 개념이 포함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스스로 행동하고 시도해야만 관계가 이루어지고, 이런 상태가 자신에게 받아들여짐으로써, 상대방에 익숙해지고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익숙하다”  뜻(네이버 사전 참고)
어떤 일을 여러 번 하여 서투르지 않은 상태에 있다.
어떤 대상을 자주 보거나 겪어서 처음 대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상태에 있다.

“이제는” 많이 잊힌, 뜻. 관계를 맺는다.
현대에는 예전과 비교해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대면, 비대면 모두 포함하여) 
그런데, 어째서, 관계를 맺는 행위가 ‘이제는’ 많이 잊혀진 것인지, 이 책이 과거에 쓰였음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내가 공감할 정도로 어쩌다가 지금까지 계속해서 관계 맺음이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사실 이 글귀에 공감하게 됨이 꽤 서글프고 슬프다.

 

슬픔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슬픔은 배어있다. 언제든 심연에서 올라와 수면을 물들일 수 있다.
웬만큼, 견딜 수 있을 만큼, 가끔 생각날 만큼, 가슴 시리지만 미소지을 수 있을 만큼, 희미해지긴 한다. 
하지만 그 틈이 온전히 메워져 헌것과 새 살이 구분되지 않을 만큼 사라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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