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생채기는 시간이 지나면 아문다. 약을 바르고, 관리를 열심히 한다면, 조금은 빨리 낫겠지.
하지만 빨리 대처하여 치료하지 하지 않거나, 깊고 커다란 긁힘과 벌어짐은 흔적과 흉터를 남긴다.
삶을 살면서 겪는 크고 작은 상처가 중요한 걸까, 그것들이 치유되는 것에 집중해야 할까, 남겨진 상흔을 바라봐야 하는 걸까.
선택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해결을 해야 한다면, 생채기가 생긴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이다음엔 같은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끝을 보고 싶다면, 흉터를 되새기며 또 그 길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무엇도 어렵다면, 아물고 치유하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어떠한 선택도 쉬울 순 없다.
그때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고뇌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을 찾아내는 수밖에는.
남을 흉터가 두려워 상처가 아물 방법을 알아내지 않는다면, 그 흉은 더 두껍고 단단해져서 언젠가는 자신을 짓누르고 옭아매어, 마음에는 더욱더 무겁고 어두운 상흔이 번져갈 테지.
생채기가 왜 생기게 되었는지를 외면한다면, 어설프게 아문 딱지가 떨어지고 피가 나고 다시 치료하지만, 새살이 밀어내 떨어진 딱지가 아니므로, 상처는 계속해서 같은 자리에 돋아날 것이다.
상처를 치료하고, 흉터를 희미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아물 수 있는지 온 힘을 다해, 전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강구하고, 그 과정을 감내하고 견뎌내야 한다.
뭐 하나 편안하게 이루어지고, 흘러가는 것은 없다. 하나하나의 단계, 상황, 찰나가 힘겨울 것이고, 고통이 수반된다.
어째서 상처, 아뭄, 흉터, 치유라는 칼날에 찔리고 반창고를 붙이는 일을 반복적으로 겪어야만 하는 것일까.
끊어내거나 외면하여 회피하려는 나의 방어기제가 부울쑥하고 무심히, 그러나 살갗을 찢을 것처럼 강하게 튀어 오른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 된다.
상처와 흉터가 무서워 돌아온 길을 되짚어갈 수는 없다.
쌓여버린 딱지는 시간과 공을 들여 아끼고 보살피다 보면, 어느 즈음에는 이런 상처가 있었느냐며 웃음 지을 수 있다.
그러니 걱정, 불안, 염려는 뒤에 놓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삶은 그런 것이고, 생 안에 담겨있는 관계는 단단하지만 약한 부분을 톡 건드리면 와장창 전부가 깨져버리는 강화유리와 같다.
부수고 고장 내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므로, 흠집은 메우고, 벌어진 틈은 애정을 담아 채워 넣으며, 계속해서 새로운 무늬를 그려나가면 된다.
흔들리고, 뒷걸음질 치고 싶고, 눈 감아 버리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이런 감정까지 모두 안고 앞을 향하기가 어려울지라도, 해봐야지.
인생은 나 혼자가 아니기에, 어떻게 흐를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하니 가자, 가보자.
영드 셜록에서 셜록 홈스가 친구 왓슨의 결혼식을 가기 전, 이런 말은 한다.
'into the battle'
피가 튀는 것처럼 치열하고 아픔과 송곳이 난무하는 전투가 될지라도, 들어가야 시작이 된다.
그리고 전투에 임하는 마음처럼 나의 결심과 각오가 굳건하다면, 상처와 생채기를 치료와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고, 흉터가 남겨진다고 하더라도, 아문 흔적을 보며, 추억으로 여길 수 있으리라.
상처를 들쑤시는 게 두려워 치유를 미루거나, 흉터가 남을까 생채기를 못 본 체하지 않기 위한,
나에게 보내는 다짐이자 메시지이다.
어쩌면 그 누군가에게 보내는 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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