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문고에 가서 책을 고르던 중, 발견한 달과 6펜스.
이 책을 보자마자 손이 갈 수밖에 없었다.
15년 전쯤 태국 여행 가서 읽었던 달과 6펜스는 나에게는 특별하게 기억되기 때문이다.
달과 6펜스와 태국여행
약 한 달 넘게 태국과 캄보디아를 오가며 했던 배낭여행의 막바지쯤, 이제는 내륙 말고 바다에서 휴양하자며 파타야, 푸껫, 코사무이 등 어느 바닷가를 가볼까 알아보던 중 배에 이상 신호가 왔다.
아니나 다를까 경비 아낀다고 흰색 병에 든 가장 싼 물을 마시다 장염에 걸린 것이다.
흑흑, 이제 좀 쉬는 여행하려고 했는데 이게 뭐람 싶었지만, 섬이나 바닷가에 갔다 음식이나 물갈이에 탈이 더 커질까 싶어 포기하고 방콕에서 남은 일주일을 머물기로 했다.
안 좋은 속을 달래기 위해, 찾은 한식당에서 책 대여를 해주기에 할 일도 없는데 책이나 읽자 싶어 휘이 둘러보다 눈에 탁하고 띈 책이 '달과 6펜스'였다.
카오산 로드의 구석진 카페를 발견해 매일 아침 커피 한잔과 책 읽기를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갔더니 알바분도 나를 기억하고 화장실 영수증을 한 장씩 더 건네주었고, 나처럼 매일 노트북을 들고 오던 외국인과는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즐겁고 유쾌한 아침 시간을 보내며 읽어서일까, 책의 내용도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느껴지고, 폴 고갱의 삶에 대해 뜻밖의 장소에서 유연히 접하게 되어 나의 기억에 깊이 박혔다.
행복했던 추억이 있는 책이다 보니 중고 서점에서 만난 이 책이 더욱더 반가웠다.
누군가에게 나 같은 기억이나 추억이 있는 책은 아닐까 하는 상상도 일으켰다.
상황과 환경이 달라서일까, 다시 읽고 있는 지금은 완전 초반이어서 그런지 그때만큼 푹 빠져들지는 못하고 있다.
정말 신기하게도 10년 후 다시 찾은 방콕에 그 커피숍이 그대로 있더라.
그리고 매우 신기하게도 또 그곳에서 책을 읽고 있더라.
아쉽게도 처음 배낭여행 당시 사진은 찾을 수가 없었지만, 두 번째 방문 때의 사진은 찾았다!
아마도 누군가는 이 풍경을 보고 어딘지 눈치챘으리라.
그 누군가도 그때를 떠올리며 즐겁고 유쾌하고 행복함을 느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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