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친구에게 온 연락.
“O! 내일 시간이 돼? 연극 초대권 한 장이 남게 됐는데 보러 갈래?”
“콜!!!”
연극은 정말 오래간만인 데다, 친구도 오랜만에 만나고, 대학로 나들이도 오랫만이라 기쁜 마음으로 약속을 잡았다.
친구가 보내준 링크로 연극의 기본 정보를 확인했는데도, 어떤 장르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링크가 블로그 리뷰여서 앞쪽만 조금 읽고, 감상평 부분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과감히 패스.
연극 제목으로 검색한 것이 아니기도 하고, 내일 보면 알 텐데, 굳이 뭘 살펴보나 싶었으나, 사전 정보가 없어 연극을 관람하며 깜짝 놀랐다.
포스터도 보고 리뷰도 보고했는데, 난 연극을 보는 중간까지도 제목이 데스크랩인 줄 알았다. 데스크 랩이니까 서정적이고, 사색적이거나, 사고를 불러일으키는 연극 물일 거라 예상했다. 제목을 잘못인지하고 있어서일까, 관람을 하면서도 이 연극의 장르가, 왜 이런 내용인지 도무지 정리되지 않았다.
그러다 혹시 데스트랩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곰곰이 떠올려보니, 이게 웬일! 데스트랩, 데쓰트랩(deathtrap)!
그제야 퍼즐들이 모양과 형태를 갖추더라.
장르가 파악되니, 줄거리가 이해되며, 이 연극의 탐닉에 대한 구미가 더욱 확 솟았다.
(한 글자 차이인데, 의미가 이렇게 달라진다. 언어는 참으로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연극 데스트랩 리뷰
서스펜스, 스릴러, 추리가 적절히 혼합된 데스트랩은 장르가 장르인지가 반전이나, 예측불가능한 전개 같은 요소가 중요한데, 그 수나 시점이 꽤 잘 배치되어 있었다.
특히 첫 반전은 내가 이 연극을 오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말 엄청나게 깜짝 놀랐다.
서스펜스, 스릴러 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 요런 놀람은 짜릿한 희열을 가져다준다.
그 후, 행복함을 안고 푹 빠져 연극을 관람하였다.
그러나 첫 반전 다음에 나온 반전들은 대충 이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겠냔 추측이 거의 맞아떨어졌다.
드라마나 애니 등 영상물을 고를 때, 가장 먼저 추리물을 선택하는 나인지라, 많이 보다 보니 맞추는 확률이 확실히 높아졌을 뿐이긴 하지만.
감흥이 크지 않았을 뿐, 소소하게 ‘오~’라는 감탄사를 할 만큼 흥미가 유지되었다.
관객들이 놀라는 소리가 번번이 터졌던 것을 보면, 구성이 잘 짜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 정도 반전이 나왔을 때, 일반적으로 이 정도면 반전은 끝인데 했는데, 반전과 꼬임이 툭툭 튀어나와 두시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을 느끼진 않았다.
서스펜스, 스릴러, 추리물은 작든 크든 반전이 집중도를 끌고 가고, 긴장감을 지속시키는 데 효과적이고 필수 불가결하다. 그런 면에서 데스트랩은 짜임새가 단단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찾아보진 않았지만, 원작이 있는 연극이라고 한다.
해프닝이 있었는데, 극 중간에 소품이 망가졌다. 출연진은 당황하여 실소를 터트리고, 관객석에선 폭소가 터졌다.
한 장면에선 한 배우가 정해져 있던 출구가 아닌 다른 출구로 나가서, 함께 연기하던 배우들이 당혹스러움에 나는 웃음을 참으며, 애드리브을 하는데, 역시 배우는 배우다!
이런 게 바로 라이브, 실시간 공연예술 연극의 묘미 아닐까!
연극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다양한 크기의 반전과 유쾌한 조각조각이 모여, 데스트랩이라는 하나의 연극의 완성도를 올렸다. 독특하고 분명한 성격을 지닌 캐릭터도 매력적이었다.
아쉬웠던 점은 발성도 충분하고, 발음이 정확함에도, 알아듣기 위해 귀를 모아서 쫑긋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장르 특성상 대사를 놓치면 이해가 안 될 수 있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문제의 원인은 모르겠지만, 대사 전달이 흐릿하여 몰입이 깨지는 시간이 있었던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잘 놀라고, 심장이 벌떡벌떡 잘하는 사람은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크게 소리 또는 비명을 지를 수 있어, 이목이 쏠릴 수 있다.
- 첫 스릴러, 서스펜스 연극 관람 후,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도: 7/10
- 스릴러, 서스펜스, 추리 연극을 좋아한다면 혹은, 경험해보고 싶다면 추천점수: 7.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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