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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의 발랄하고 엉뚱한 문화와 문학에 대한 사색

[영화 리뷰] 남과 달라도 괜찮아, 디즈니픽사 영화, 루카

by 그저 나예요 2021. 7. 6.

이제는 휴대폰이 손 닿는 곳에 있어야 마음이 안심되고, 아주 많은 일을 휴대폰으로 처리하지만, 아날로그 감성주의자인 나.
문명의 산물인 휴대폰을 공식적으로 대놓고 멀리할 기회가 바로 영화 관람 때이다.
세상과 거리낌 없이 단절될 수 있고, 연락이 닿지 않아도 좋은 핑곗거리가 되며, 시각을 잊어도 괜찮은 영화 보는 시간.
의도적으로 주변을 차단하고 싶을 때면, 상영 중인 영화를 둘러보곤 한다. 
친구의 추천도 있었고, 바닷속이 배경인 영화를 워낙 좋아하는 데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복닥거려 휴대폰을 꺼놓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입장이라 영화를 보기로 결정.
이번에 선택한 영화는 루카이다.

디즈니 픽사 영화 ‘소울’을 놓친 터라, 루카만큼은 꼭 보고 싶었기에 광고를 보며, 영화를 기다리는 동안도 두근두근하였다.

 

디즈니 픽사 영화, 루카 리뷰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너무나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루카는 볼만하다.
애니메이션이니만큼 귀염귀염한 장면들에 웃음을 터트릴 수 있고, 유럽 특유의 약간 어둡지만 여러 색채가 섞인 배경도 아름답고, 인간과 달리 발이 큰 바다 괴물들, 루카와 로베르토를 의심하는 고양이 등 흥미롭고 재미있는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루카와 알베르토는 대다수 사람과 같지 않다.
다름을 감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결국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부정할 수는 없는 법.
다름을 인정한 알베르토와 달리, 다수의 범주에 들어가고자 자신과 알베르토를 부정한 루카. 하지만 그의 치기 어린 선택과 행동은 말 그대로 어린 행동이었을 뿐이다. 그는 잘못을 깨닫고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남들에게 손가락질받고, 이상하게 보는 눈빛을 감당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의 용기에 화답하는 마을 사람들. 루카와 알베르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 또한 큰 용기이자 결심이다. 나와 다름을 포용하는 것은 머릿속으로는 쉬이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행동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나 나의 사회적 지위나 입장 등, 다름을 안음으로써, 고려하거나 조심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구태여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생각은 비교적 행동보다 빠르게 변할 수 있지만, 이를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들의 용기, 결심, 마음 자세와 실천력에 어찌 찬사를 안 보낼 수 있으랴.

남들과 달라도 괜찮아, 정말 괜찮아.

마지막 10~20분은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공감과 이해, 바람과 희망 등 다양한 감정이 뒤섞이며, 나의 과거가 마구 떠올랐다. 전체적으로 느렸던 나는, 아웃사이더이면서 동시에 인사이드에 있는 양 행동해야 했고, 고립감과 싸우고 보통에 속하기 위해 애썼다. 지금이야 웃으며 떠올리는 과거지만, 그때는 무척 힘겹고 매일 가시밭길을 걷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긍정적이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나를 지키면서도 사회에서 벗어나지 않는 나만의 방식을 지속해서 찾아내고 구축해왔고, 지금도 노력 중이다.

조금씩 변해가는 시대와 사람이 고맙고 대단하고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나의 어린 시절이 만약 루카 같은 사회적 분위기였다면, 나는 분명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았다.

바다 괴물이지만, 그들은 결코 괴물이 아니다.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애쓰고, 진심으로 타인을 생각하고, 새로운 경험에 즐거워하며, 함께 어울려 살아감에 행복해하는 그들은 괴물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만을 고집하던 인물이 후에는 사회에서 쫓겨나게 된다. 만약 그 고집에 옳았다면, 사회와 사람들은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받아들였으리라. 하지만 자신만 알고 오만방자한 그는 권력과 권위를 잃자마자, 모두에게서 버림받는다.

정의 구현! 권선징악이라고 하기엔 악이 절대적이고 대단하지 않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눈물범벅이었지만, 기분이 매우 좋고 뿌듯하고 따뜻했다. 앞으로 세상이 이런 방향으로 변해간다면, 좀 더 온기를 느낄 기회가 많아지지 않을까.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지만, 나는 다름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세상으로 변해가길 바라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 루카는 내게 진한 감동과 희망, 폭풍 눈물을 선물해 주었다.

내 마음을 안 것인지, 영화관에서 나오니 비가 정말 C원하게 미친 듯이 오고 있더라. 하필 옷도 치렁치렁 발끝까지 오는 원피스를 입고 있는데 말이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나갔다 일 분 만에 옷이 다 젖었다.
이 꼬라지로는 택시도 안 태워줄 것이고, 지하철 타고 얼른 집으로 향했다. 그러다 땅에 떨어져 퍼덕거리며 죽어가는 비둘기를 보았다. ‘지금은 비가 와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해’라고 생각하며, 몇 초 만에 고개를 돌렸지만, 아직도 그 모습이 기억난다.
나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세상에 희망과 기쁨을 심취해 있다, 죽음에 맞닥뜨린 생명을 보니, 참 기분이 묘했다. 이 감정은 진짜 설명할 수가 없다.

폭우와 비둘기, 그리고 루카와 다름, 변화와 희망이라는 키워드는 영화 루카가 떠오르면, 나에게 자연스레 따라오는 잔상으로 남을 듯하다.

 

  • 디즈니 픽사 영화 좋아요, 개인적인 만족도: 8/10
  • 어린이, 남들과 다르다고 느끼는, 혹은 애니 좋아하는 어른 등 추천 점수: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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