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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의 발랄하고 엉뚱한 문화와 문학에 대한 사색

[영화 리뷰] 나이 드는 걸을 두려워 마라, 피터팬 모티브 영화, 웬디(Wendy)

by 그저 나예요 2021. 7. 31.

언제 가도 표가 있는 영화관, 그래서 애용하게 된 대한극장.
1+1 행사를 하여, 공짜 표가 생겼는데 기한이 일주일이란다.
크루엘라 봐야지~
분명 백수인데 왜 이리 시간 맞추는 게 어려울까.
무료니 뭔가를 보긴 봐야겠고,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봤던 웬디가 개봉했더라.
개봉 일에 해당 영화를 보게 된 건 정말 오래간만이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의 날이라 오천 원인 표를 보고, 공짜인데도 뭐가 아깝다고 다른 날 올 걸 이란 생각이 잠시 스쳤다. 정말 욕심은 부리면 부릴수록 커지나 보다.

최신 개봉작들에 대한 리뷰는 꺼리게 된다. 스포가 있을 수도 있고, 아무래도 예전 영화보다는 현재 상영 중인 영화에 관심이 높을 테니 시시비비까진 아니겠지만, 뭔가 가타부타 붙는 걸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웬디의 리뷰를 쓰고 싶은 건, 세대를 아울러 관통하고 있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피터팬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 예전에는 피터팬을 다룬 많은 영화를 봤었다. 그런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들을 여러 번 접하면서, 흥미가 한여름 풀때기들처럼 팍하고 꺾여버렸다.
그런 만큼 큰 감흥 없이 웬디를 관람했다.

피터팬 모티브 영화, 웬디(Wendy) 리뷰

영화 웬디는 어른을 위한 영화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어둡고, 잔인한 장면들이 꽤 있으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잃어버리는 꿈과 늘어나는 걱정과 같은 것들을 주로 다뤄, 영화가 다소 무겁기 때문이다.
모험과 환상을 다룬 여타 피터팬 영화를 예상하고 아이와 함께 감상하려고 계획 중이라면, 추천하기 어렵다.
그러나 청소년기 또는 어른과 아이의 과도기를 겪어야 하는 시기라면, 영화를 통해 성인이 되는 과정을 고찰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가는 듯한 전개에 약간 지루하게 느껴졌다. 손목시계로 시간 확인을 영화 관람 중 5번 정도 한 듯하다. 
이에 비해 장면 전환은 빠른 편으로, 사실 좀 정신이 없었다. 밝지 않은 색감에 저 물체가 무엇인지 고개를 쭉 빼고 확인하고 있으면, 다른 곳을 비췄다가, 다시 그 사물로 돌아가는 등 나에겐 장면 장면의 정확한 인지와 영화에 대한 집중도를 끌고 가기엔 혼잡했다.

노매드랜드가 어떤 영화인지 모르고, 보지 않아서 평가할 수는 없지만, 노매드랜드 제작진이 만든 웬디는 시나리오가 탄탄하거나, 보는 즐거움이라도 주는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 자체, 구성, 영상미, 전개 등 특별한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돈과 시간이 아깝다고 여기진 않은 이유는, 뻔할 수 있지만, 웬디의 주제가 맘에 들어서이다. 마지막에 ‘이 얘기를 하고 싶었구나’라고 깨달을 수 있었고, 이 영화를 통해 ‘나이가 들어가고, 어른으로 살아야만 하는 상황에 있는 나는 꿈을 꾸고 있을까?’ 등에 대해 성찰해 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영화 웬디 자체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도: 4/10

 

웬디의 주제에 대한 개인적 의견

‘세상에 무의미한 시간은 없고 필요하지 않은 경험은 없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테이크아웃 커피집에서 음료를 사고 슬리브를 봤는데, 쓰여있던 문장이다.
정말 신기한 타이밍이다. 
앞으로 가는 시간, 나이 듦, 이에 따라 변하는 상황, 입장, 역할 등을 머릿속에 가득 안고 있는데, 이런 문구를 만나다니!
그래, 웬디는 내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구나.
‘나이 드는 건 무섭고 두려운 일이 아니다.’
나이가 들고, 제약이 점점 많아지고, 하나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수십 가지의 의무를 해야만 하는 어른이라고,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만, 꿈이 변할 뿐이다.
난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무수하고, 천천히라도 하나씩 해나갈 것이고, 나의 현재와 미래를 계속해서 상상하고 그려나갈 것이다.
나이는 막아도 늘어간다. 그렇지마는 늙어버리는 건 나의 선택이다.
희망과 꿈을 잃거나 버리고, 나와 삶에 대해 성찰을 하지 않고, 과거, 현재, 주변에 대해 눈 감고, 귀를 닫는다면, 늙음이 시작될 것이다.

 

웬디(Wendy)에서 인상적이었던 대사

‘What is your dream now?’

자신의 나이 때와 현재 엄마의 꿈을 물은 웬디.
과거의 엄마는 로데오 타는 것이 꿈이었고, 지금은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꿈이라고 답한다. 나이가 들면서 처한 현실이 달라지고, 꿈이 변한다. 꿈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달라지는 상황에 자연스럽게 그 주위가 변화된다.

이 영화에서도 피터팬의 섬에서 늙어버린 사람은 유쾌하고 쾌활하게 살기를 포기하고, 자신이 늙은 것을 원망하고 남의 탓을 하며 지낸다.
현실로 돌아온 아이들은 나이가 들어가고 계속해서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고, 즐겁게  살아간다.

나이가 드는 것과 늙는 것은 다르다.
그러니 부디 인생과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일들을 찾으며, 크기에 상관없이 꿈꾸고,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써나갈 수 있는 긍정의 힘을 나와 다른 어른들이 갖기를 바란다.

 

  • 내가 생각한 웬디 주제에 공감한다면, 추천 점수: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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