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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의 발랄하고 엉뚱한 문화와 문학에 대한 사색

[영화 리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2000년 작 영화 비치(beach, 스포 있음)

by 그저 나예요 2021. 8. 11.

새벽 1시.
갑자기 영화를 보잔다.
그래, 내일 할 일도 없고 봅시다!
넷플릭스에서 뭘 볼까 뒤적거리던 중,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비치(beach)를 골랐다.
앞에 40분 정도는 지루하다며, 장면을 넘기며 설명으로 들었다.
뭔가 오디오북이 이런 느낌일까 상상이 되더라. 하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팬심 사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처음 만난 영화는 길버트 그레이프(1994년)였다. 아역 레오나르도의 외모뿐만 아니라 연기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시인 랭보 역을 맡은 토탈 이클립스(1995년)에서 완전히 그의 연기에 매료되었다. 
로미오와 줄리엣(1996년), 타이타닉(1998년)에선 그의 꽃 미모가 어마어마하게 주목받았지만, 진짜 잘생겼다고 하면서 보았음에도 그에 대한 나의 주목도는 오히려 떨어졌다. 
그러다 한참 뒤, 케이트 윈슬렛과 다시 호흡을 맞춘 레볼루셔너리 로드(2009년)라는 영화에서 ‘아, 역시 레오나르도는 연기를 너무나 잘하는구나!’라고 느끼며, 조용히 레오나르도를 응원하는 팬으로 돌아갔다.

한참 영화를 많이 보던 시절이라 그의 작품을 꽤 봤다고 생각했는데, 비치는 쏙 빠져있었다. 그의 연기에 열광하다, 그 열기가 식었다, 이제는 그냥 가끔 영화를 보는 사람이 된 나이지만, 예전의 영화광이던 시절이자  그의 연기 인생에서 초기작인 비치를 본다니 그때가 떠올라 설레어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영화 비치를 감상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영화 비치(beach) 리뷰

전체적으로 영화는 매우 흥미진진하고 정신없었다.
외딴 섬에서 사는 히피들이 구할 수 있는 것들을 먹고, 자신들이 즐거운 일들을 하고, 흐릿하지만 질서를 지키며, 유유자적 사는 삶은 느린 듯이 흘러간다. 하지만 갉아 먹혀버린 쌀, 상어와 조우처럼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슈들을 겪고, 어디에 살건 생기는 의견의 대립, 이성 문제 같은 일들도 일어나며, 급박하고 긴장이 도는 상황 또한 끊임없이 발생한다.
여기에 있던 저기에 기거하던, 결국 삶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달라지진 않나 보다.
이런 대립적인 전개 방식과 장면이 교차하며, 영화가 따분할 틈이 거의 없었다.

비치에서 중요한 소재는 바로 대마, 마리화나다.

현지인들에게는 위험하지만, 목숨을 걸고라도 지켜야 하는 돈 줄. 젖줄인 대마에 대한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섬에 들어오는 사람을 제한하고, 철저히 비밀에 부치며,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을 두려워해야 할까, 돈의 위력에 무서워해야 할까.  
이방인들에게는 즐길 수단이자, 처음 이 섬에 혹하게 된 이유가 아닐까 한다.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여행 중 유희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대마를 어떤 제약도 없는 데다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현실보다 하루하루를 희롱할 수 있는 오늘부터를 선택하는 게 그들에겐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완전히 일상에서 벗어난 삶은 어떨까, 나라면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들을 포기하고 온전히 새로운 생활을 선택할 수 있을까?


다시 마리화나 얘기로 돌아가 보자.
혼자 떨어져서 생활하며, 점차 미쳐가는 리차드(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행동은 혼자라는 외로움을 광기로 표출하는 것인지, 대마에 취한 것인지, 극한의 불안에 대한 이상 행동이 마치 대마에 취해있는 것과 같은 것인지,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과 함께 나의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흐트러뜨려 놓았다.
혼돈과 혼란과 긴장과 이완, 나만의 오락거리이자,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쾌락이자, 깊게 잠기면 헤어나오기 힘든 그런 모든 대상이 대마나 마리화나가 아닐까.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이든, 나의 의지가 아닌 흔들거리게끔 만드는 그 무언가 말이다.

영화를 보던 중 갑자기 ‘엄청 젊지?’라는 말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무슨 얘긴가 했더니, 틸다 스윈튼(살)이 딱 하고 등장했다! 우와~ 럭키! 
매력적이라고 여겨지는 배우로 우연히 마주치면, 맡은 배역에 놀라며 반가웁기 그지없는 틸다 스윈튼. 비치에서도 자신이 지배하고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놓지 못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살 역할을 멋들어지게 소화했다.
사담으로 요즘엔 오래된 영화에서 배우들의 젊은 시절을 만나면, 그때의 내가 떠올라서인지, 그렇게 반갑고, 정이 가고, 미소짓게 된다.

영화 비치의 초반부에 나오는 말이다.
‘혼자 여행하자니 기분이 엿같지만 부득이 혼자해야 할 땐 불평하지 않기다’

이 문구가 잊히지 않는 이유는 알 길이 없다. 영화와 잘 어울리기도 하고, 부득이하지 않아도 혼자 여행할 땐 그로써 유쾌하게 지낼 수 있다는 추억과 기억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날씨가 흐리다, 비가 온다, 식당을 잘못 선택했다, 관광객에게 덤터기를 씌운다 등, 불평이 아닌, 해가 없어서 걷기 좋다, 언제 비 오는 날 이곳을 돌아다닐 수 있을까, 이 정도면 받아들일 수 있는 부풀림이다 같은 마음가짐이라면, 어떤 여행이든 즐겁지 아니할까.

 

  • 20년 전 영화지만, 지금 봐도 재밌는 비치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도: 9/10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꽃 미모와 연기력을 볼 수 있는 영화 비치 추천 점수: 8/10

 

영화를 보면서 책 국경시장에서 현재의 유희를 위해, 그리고 과거를 잊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팔아 쾌락에 빠진 등장인물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여행의 일부분이지만, 내가 갔던 태국의 향락적인 분위기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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